- 매경칼럼 [필동정담] 로봇간병
- 큐라코
- 02-22
- 180
[필동정담] 로봇 간병
박정철 기자
parkj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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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는 포르투갈 선원이 여행 중 발견한 이상적인 국가의 제도와 풍속을 소개하는 작품이다. 이곳에선 도시마다 매머드급 병원이 4개씩 있어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다. 의료진은 환자들을 극진히 간호하고 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품과 음식물도 아낌없이 제공한다. 환자를 방문하는 사람은 곁에 앉아 함께 대화하면서 충심을 다해 위로를 건넨다. 환자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도 다한다. 모두가 꿈꾸는 의료 체계이자 간병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난 13일 '고령화와 돌봄 로봇(Care Robot)'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노인, 경증 치매 환자, 중증 장애인 등 홀로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돌봄 로봇'의 실태를 파악해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취지다. 이날 국내의 한 종합의료기기 개발 회사는 환자의 사타구니에 종이 기저귀를 끼워 대소변 분리 배출과 냄새 제거, 온풍 건조 등을 자동 처리하는 '배설 케어 로봇'을 선보였다. 간병인들이 가장 꺼리는 환자 배설물을 불평 없이 완벽히 처리하고 청결과 위생까지 유지해준다니 놀랍기만 하다.
실제로 간병 로봇은 장점이 많다. 간병 로봇이 상용화되면 매달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간병비 부담이 줄어든다. 환자 옆에서 24시간 간병이 가능하고 환자·가족과의 의견 충돌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환자들로선 대소변 배설 등을 처리할 때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간병 로봇은 질병을 전염시킬 가능성도 낮다.
현재 간병 로봇 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은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이다. 간병 로봇 개발 업체만 100여 곳이고 시장 규모도 2조원이 넘는다. 배설 로봇, 욕창 예방 로봇을 비롯해 환자 식사를 도와주는 로봇, 뉴스와 일기예보 등을 제공하는 로봇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간병에서 더 중요한 것은 환자 눈높이에 맞춰 교감하는 것이다. 간병 로봇 못지않게 간병인들이 환자의 진정한 손발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더 늘려야 하는 이유다.
[박정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