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일’에 무너지는 자존감…배설로봇, 어르신을 구하라
- 큐라코
- 06-30
- 124
[황보연의 초고령사회의 질문들]
⑫로봇이 노인을 돌볼 수 있을까 (중)
첨단기술로 무장, 스마트한 배설돌봄
돌봄현장의 ‘이로운’ 도구 될지 주목
지난달 16일 서울시립 남부노인전문요양원에서 지내는 85살 와상환자의 침대 옆에 배설 돌봄로봇이 설치돼 있다. 이정효 간호과장(왼쪽)과 정후남 요양보호사가 로봇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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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면서 두번 기저귀를 찬다. 태어나서 한번, 늙어서 또 한번. 신생아 시절엔 상관없지만 노화와 질환·장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지극히 개인적인 볼일인 생리 현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노년기의 자존감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배뇨·배변 관리는 그 어떤 돌봄의 영역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수다. 최근 요양 현장에선 로봇이 이런 돌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배설 돌봄로봇은 과연 모두에게 이로운 도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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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낯선 기기에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기저귀 교체에 3분 정도 걸리는데, 어르신과 로봇을 연결하는 데는 10분이나 걸리더라고요.”
지난달 16일 서울시립 남부노인전문요양원에서 만난 정후남(59) 요양보호사는 배설 돌봄로봇 ‘케어비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침대에서 일상을 보내는 85살 와상환자의 신체 부위와 로봇의 본체가 긴 호스로 연결돼 있었다. 로봇이 내장된 센서로 대소변을 감지하면 배설물을 빨아들여 별도의 저장 용기로 내보내는 구조다. 이후 로봇은 자동으로 비데 기능을 작동시킨다. 깨끗한 물이 호스를 타고 흘러들어가 몸을 씻어주고 온풍으로 말려준다.
케어비데는 대소변 처리를 종이 기저귀나 이동식 변기에 의존하는 노인과 중증환자, 장애인 등을 위해 만들어진 돌봄로봇이다. 요양보호사가 수작업으로 할 경우엔, 와상환자 한명당 하루 6~7개씩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많은 요양보호사가 그렇듯이, 후남씨도 신기술 습득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다. 그는 “처음엔 애를 좀 먹었지만 익숙해진 뒤엔 힘을 덜 써도 되어서 한결 편하다”고 했다. 이제는 “무선 충전도 되면 좋겠다”며 개선점을 이야기할 정도가 됐다.
다만 요양원이 확보한 배설 돌봄로봇은 아직 4대뿐이다. 입소자 190명 중 배설 돌봄이 필요한 120명 정도가 함께 사용한다. 한대당 1300만원으로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올해 11곳 시립 요양원에 배설 돌봄로봇을 보급한 서울시의 지원과 업체 기부 등으로 확보한 것이 전부다. 이에 낮에는 배변 주기를 미리 파악해서 여러명이 비데 기능을 위주로 사용하고 밤에는 돌봄이 더 필요한 어르신 옆에 둔 채로 쓴다고 한다. 남부요양원의 이정효 의료재활팀 간호과장은 “보호자 동의를 얻어야 해서, 기저귀 교체를 손으로 하는 것보다 로봇이 하면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득했다. 실제 어르신들도 이전보다 뒤처리가 더 개운하다고 하신다”고 했다.
① 왜 나왔나? 지극히 개인적 볼일, 자립 안되면 좌절감 커
노인이 독립적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척도로 ‘일상생활수행능력’(ADL) 지표가 있다. 혼자 옷을 입을 수 있는지, 차려놓은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등을 살펴, 신체적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에이디엘의 7개 세부 지표 가운데 2개(화장실 출입과 대소변 뒤 닦고 옷 입기, 대소변 조절하기)가 배설 활동 관련이다. 그만큼 자립적 생활에 필수적 요건이다.
배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돌봄로봇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신용순 한양대 간호대학장은 대략 40만명(2020년 기준)으로 잠재 수요를 추정한다. 그는 “배설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대체로 초노년기로 가고 있는 상태”라며 “우리나라 노인 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잠재 수요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볼일인 탓에, 배설 돌봄은 주는 쪽도 받는 쪽도 힘들어한다. 성신여대 간호대학 임경춘 교수팀은 노인이 요양시설 입소 뒤 기저귀 착용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3단계로 분석했다.(‘시설거주 노인의 요실금과 기저귀 착용 경험’, 2019) 어쩔 수 없이 기저귀를 착용한 데 서러움을 느끼는 도입기→기저귀 착용에 따른 신체적 불편감과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는 과도기→체념과 포기를 통해 적응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적응기가 그것이다. 연구진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자신이 기저귀를 차게 될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거나, 처음 착용했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기저귀에 소변을 보지 못했다는 등 시기마다 겪은 좌절감을 털어놨다.
배설은 돌봄인력 부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요양보호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3대 업무가 배설과 목욕, 이승이다. 신체적 부하가 큰데다 배설물 접촉에 따른 수치심, 자존감 저하와 같은 정서적 스트레스도 감수해야 한다. 후남씨는 “특히 치매 어르신은 기저귀를 갈 때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접촉을 꺼리는 식”이라고 했다.
② 어디까지 개발됐나? 방광 초음파부터 기저귀 가는 로봇까지
일본 와세다대 연구진이 지난 2월 공개한 아이렉(AIREC)은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환자의 기저귀를 갈거나 욕창 예방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몸을 옆으로 돌려 체위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2030년께 일본 요양병원에 보급될 전망이다. 다만 이렇게 인간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있어, 실제 요양 현장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사용되는 배설 로봇 혹은 스마트 기기는 배설물 처리와 예측을 통한 화장실로의 유도, 동작 지원 등을 담당한다. 후남씨가 쓰는 큐라코의 케어비데는 대소변 상태를 센서로 감지하고 직접 배설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로봇의 기능을 두루 갖췄다. 지금은 와상환자에게 적합한 형태이지만 업계에선 휴대용 제품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설 예측을 통한 ‘탈기저귀’ 시도는 좀 더 일찍부터 이뤄져왔다. 일본의 ‘디프리’(DFree)는 말 그대로 ‘기저귀(Diaper)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한다. 초음파를 통해 방광의 소변량을 측정해, 언제 화장실을 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치골 바로 윗부분에 무게 20g의 센서를 부착한 뒤, 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배뇨 상황을 파악한다. 소변이 모인 상태는 10단계로 측정되며,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화장실에 갈 때가 임박했다는 ‘알림’이 제공된다.
국내 요양시설에서 쓰고 있는 ‘스마트 기저귀’도 원리는 비슷하다. 기저귀 끝부분에 센서를 부착해 적절한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 대소변으로 오염된 기저귀를 장시간 착용할 때 발생하는 요로감염이나 발진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 기기는 남부요양원에서도 필수 품목이 됐다. 후남씨는 “단말기로 뜨는 막대그래프를 보면서 언제 기저귀를 교체하러 갈지 정한다”며 “이런 시스템이 없으면 하루에도 10번 이상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화장실에 스스로 가도록 돕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거실에서 화장실로 갈 때 넘어야 하는 70~100㎜ 단차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겐 큰 장애물이 된다. 보행 보조기를 쓰거나 탑승형 이동 로봇을 통해 화장실에 안전하게 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스로 힘을 주지 못해 직장 내에서 변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경우, 간호사들은 손가락을 항문에 집어넣어 변을 긁어내야 한다. 일본에선 간호사들이 최적의 배변 제거를 하도록 직장에서 항문까지의 움직임을 재현한 ‘배변 시뮬레이터’(Bentroid)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실제 항문의 재질, 괄약근과 같은 인공 근육을 가미한 소프트 로봇을 만들고 그 안에 손가락을 넣어 가상의 훈련을 하는 것이다. 항문 주변을 어떻게 마사지하면 조임이 풀려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지, 직장 내부를 어떻게 만져주면 장이 움직여서 변이 내려오는지 등 언어적 전달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동작을 로봇을 통해 익힌다. 개발에 참여한 일본 호세이대 디자인공학부의 성영아 교수는 “간호사와 돌봄받는 사람, 양쪽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배변 관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한다”고 했다.
③ 넘어야 할 관문? 작업부담 덜 수 있지만 배변 양상 체크 등 한계
로봇에 거는 기대는 감염 예방과 자존감 향상, 돌봄 인력의 부담 완화 등으로 요약된다. 간호학계에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신나연(수간호사) 연구팀은 2021년 케어비데를 이용한 배설 간호가 중환자실 환자의 실금 관련 피부염과 욕창 위험도 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더 나아가 신용순 학장은 “돌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본인의 민감 부위를 보여야 하는 일이 자존감을 낮추기도 하고 요양보호사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두번 말할 것을 한번만 말하는 식”이라고 했다. 로봇의 활용이 이런 정서적 부담까지 완화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의 작업 부담이 완화되면 돌봄받는 이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신 학장이 지난해 요양보호사 30명씩을 실험군(로봇 ‘케어비데’ 사용)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신체적 부담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실험군이 2.9인 반면 대조군은 20.1로 나타났다. 작업부담 지수는 3점 이내를 안전한 수준으로 본다.
로봇에 익숙해지지 않은 요양 현장에선 우려도 나온다. 올해 케어비데를 도입한 서울시립 마포실버케어센터의 김주홍 행정과장은 “감염 예방 등의 효과가 뛰어난 반면에 체위 변경 등에 제약이 있어 상시적으로 어르신에게 채워놓을 수는 없다”며 “또 사람이 직접 하면 묽은 변인지 혈변인지 등 배변 양상을 체크할 수 있는데 기기를 쓰면 그런 부분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성영아 교수는 “배설 돌봄을 받는 쪽에서 보면 로봇이 해주는 것을 사람보다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로봇에 몸을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며 “어르신과 계속 의사소통을 하면서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신체·정신적으로 고된 업무 부담을 로봇이 덜어준다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